가면

Thought 2015. 11. 28. 17:57

나는 티브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일주일에 1~2시간 정도 시청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즐겨본다고 해서 일주일 내내 기다리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닿아서 시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티브이 앞에 가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전설적인 가수의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예능의 요소도 갖춘 프로그램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스터리 가수들은 모두 복면을 쓰고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목소리와 노래 실력으로 상대와 승부를 겨룬다. 어찌 보면 현대 사회에서 직장인이나 취준생 등 많은 사람이 원하고 희망하는 모습이기에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온전히 실력으로만 평가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외모나 학벌 심지어 혈연관계가 후광효과로 작용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라고 표현한 말에 기분이 상했다면 실언이라고 생각하고 잊어주길 바란다.


 언젠가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문득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나는 열정적으로 노래를 마친 두 복면의 가수가 상당히 과도한 행동과 흥분한 말투로 게스트와 방청객을 놀라게 하는 모습에 당황했다. 처음에는 방송을 재미있게 하려고 연출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수들의 정체가 공개된 후 행동과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 오히려 자신을 숨겼기 때문에 편했고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모습이 저 가수의 진정한 모습일까? 가면을 벗고 우리가 일고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진짜일까? 아니면 복면으로 자신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표현한 모습이 진짜일까?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사회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 후에 우리는 부모의 기대를 받게 되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건화된 가치를 받아들인다. 즉 지금의 우리는 사회 혹은 상대방과 교류로 인해 만들어져 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받아들여지는 범위가 좁은 환경의 아이는 경직되고 창의력이 없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한의 허용은 결국 아이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양육은 정말 어렵다. 그런데 나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총각인데 벌써 양육 걱정을 하는 걸 보면 나도 참 실속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가정에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수없이 많고 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그러므로 사회는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자유를 법적 혹은 관습적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 만약 어떠한 개인이 그것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자유만을 추구한다면 사회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그러므로 우리가 겪게 되면 선택은 두 가지다. 혼자서 자유롭게 살던가. 아니면 사회에 자신을 맞춰가면서 살아가야 한다. 나는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를 택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면을 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무의식이 있으며 그중 하나는 페르소나(가면)이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여러분들 중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멀리 여행을 떠났을 때 홀가분함을 느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갑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만약 가면을 쓰지 않은 상태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를 소중하게 간직하길 권유하고 싶다. 그 친구와 합계하는 시간이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짧은 시간은 자신에게 무한의 자유로움을 선사할 것이며 삶의 활력이 될 것이다. 

 그럼 다시 티브이 프로그램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그 가수들은 각자 만들어진 가면을 쓰고 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고 그 인식은 때로는 상대방을 통제하기도 한다. 내 말에 수긍이 안 된다면 상대방에게 '너답지 않다’라는 말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길 권유한다. 하여간 그 가수들은 가면 위에 다시 복면을 쓴다. 그럼으로써 사회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까? 복면을 통해 우리는 타인에게는 자신을 숨기지만 자신 스스로에게는 진실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이러한 복면 효과가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에만 적용되는 현상일까? 대표적인 복면은 인터넷 공간에서 나타난다. 우리는 ID 닉네임 같은 가상의 정체성을 얻게 된다. 그리고 가상의 아바타로 우리는 비교적 자유로운 발언권을 가진다. 상대방이나 집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는 단체 행동을 통해서 사회의 억압으로부터 받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개인의 주장이나 행동이 아니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집단으로 참여함으로써 개인보다는 집단으로 주목될 수 있다. 또 집단행동은 개인의 것보다 훨씬 영향력도 커서 개인이 정부나 이익 집단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익명성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질서가 없는 무제한의 익명성은 오히려 상대방을 비난하여 소모적인 싸움이 될 수 있으며 익명의 집단은 공격적으로 변하기 쉽다 이런 상황이 되면 상대방은 물론 자신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 부분이 가치 논쟁이 되는 시점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의 의견을 위해 익명성을 확장하여야 하는가? 익명성의 과잉으로 오는 사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통제하여야 하는가? 답은 여러분에게 맡기겠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의견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이 글이 신문의 사설이나 논평 같은 글이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세상에 자신과 다른 시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개인적인 소신을 밝히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익명성에 대한 개인과 정부에 대해서 다르게 적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정부는 개인 혹은 사회에 큰 영향력을끼칠 힘이 있다. 그러므로 조직에서 운영되는 모든 것들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사람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끼쳐 조직이 부패하기 쉬우며 그로 인해서 국민으로 부터 신뢰를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하는 일은 모두 정당성을 잃기 쉽다. 하지만 개인에 대해서는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은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사회의 이념인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익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때로 자신이 속한 조직에 문제가 있다면 사회의 발전을 위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의무가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쉽지 않다. 거대한 힘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을 비판하는 진심 어린 충고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못하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간 되면 복면의 벗을 것을 요구하는 관객이나 프로그램의 진행자처럼그들에게서 복면을 벗겨 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강제력으로 인해 나체가 되고 차가운 바람과 주위의 시선을 참아내야 한다. 그리고 2014년 4월 차가운 바다 밑으로 사라진 꽃다운 어린아이들처럼'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듣게 될 수 있다. 과거 회사의 상관으로부터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 생각을 거부했다. 그리고 말했다. 항해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그래서 누군가는 배 밑에 물이 새지 않나 살펴야 하고 좌우에서 다가오는 배나 암초의 위치를 살펴야 한다고 누군가는 말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배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거나 위험이 있다면 누군가가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배는 목적지에 안전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핍박한다면 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잘못된 목적지로 가거나 중간에 침몰할 수도 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길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의 배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희생하는 항해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 같이 멋진 항해를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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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스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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